"환자안전법 국회 통과 더 미룰 수 없다"

'예방가능한' 의료피해 55%, 사망 1만8천명
 환자안전법, 의료진의 진료집중에도 도움

2014-11-12 내일신문 김규철 기자


최근 가수 신해철의 사망사고로 인해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회에서는 올해 1월 발의한 환자안전법을 아직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지난 8월21일 신촌세브란스 앞에서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다 사망한 전예강 어린이의 부모와 환자단체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발의된 법안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환자안전 사망사고는 2011년 기준으로 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예방가능한 사고는 1만8000여건에 이른다.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 교수는 "외국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확인된 1만8000여명이라는 수치는 우리나라 교통사고나 자살 사망자 숫자보다 많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 의료사고때문에 사망하는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병원에 살려고 가는데 사소한 안전사고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4월-6월에 경상대병원에서 폐동맥고혈압 응급 조치를 받은 중 인공호흡기가 이탈되는 등 의료사고가 발생해 사망한 아이의 부모가 내 건 현수막.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환자안전법' 제정운동을 펼쳐 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환자안전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인이 사고 원인 제공 97% = 의료분쟁으로 법정에서 판결을 받은 사건 중 예방가능한 사건이 절반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새정치연합, 충남 천안갑)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인하대에 용역을 준 '예방적 관점에서의 의료분쟁 판례 분석 보고서(2103년)'를 인용해, 1961년 이후 의료민사사건 중 판결된 1249건에서 예방가능한 위해사건이 690건(55.3%)에 이른다고 밝혔다.

의료사고를 일으킨 주체는 보건의료인이 97.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2000년 이후 283건 사건을 따로 뽑아 분석한 결과, 예방가능한 위해 사건이 54.8%에 이르렀다. 특히 내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59건 중'조금만 더 노력하면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 36.2%, '특별한 노력없이 당장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은 32.8%로 나타났다. 69%가 의료인력과 안전체계를 잘 갖춰진 의료 기준으로 보면 의료사고를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투약오류 사망사건 = 병원 내에서의 안전사고는 바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대부분의 사고원인이 의료진에 있는만큼 병원 진료체계 안에서의 변화가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안전법안을 태동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2010년 5월 경북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던 당시 9살 소년 종현이가 약물를 잘못 주사되면서 사망에 이른 경우이다. 3년간 백혈병 항암치료를 16차례 받았고, 마지막 1번만 더 받으면 완치가 되는 순간에, 정맥주사를 받아야 하는데도 의료진의 실수로 척수강 안에 잘못 주사된 것이다. 종현이는 열흘동안 극심한 고통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종현이 부모는 장례를 치룬 후 빈크리스틴 항암제 투약오류로 사망한 백혈병 어린이가 종현이 외에 세명 더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진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이와 동일한 사건이 자주 발생해 1989년 재판부는 빈크리스틴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에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종현이 이전에도 사망한 어린이가 있었는데 왜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게 된 종현이 부모는 제2,제3의 종현이가 나오지않도록 환자단체와 더불어 '환자안전법'제정운동에 나서게 된다.

병원측에서는 책임이 의료진에 있음을 부모에게 사과하고 2억2000만원에 합의했다. 사소한 안전사고가 어린생명을 잃게 하고, 수억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켰다.

◆응급실 대응 '부적절' 사건 = 올해 1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코피를 계속 흘리는 전예강 어린이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환자단체와 가족에 따르면 적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에 불과한 상황이었지만 빠른 수혈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환자의 몸상태가 MRI검사도 받지 못할 정도로 약했지만,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2명이 번갈아가며 40분동안 요추천자 시술을 5회나 시도했다. 마취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척추에 긴 바늘을 넣어 진행하는 이 시술은 통증이 크기때문에 숙련된 전문의가 하지 않으면 환자가 받는 고통은 매우 크다. 하지만 전공의들에 의해 5차례 진행된 후 쇼크로 사망했다.

부모는 "예강이 사망후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진심어린 사과를 기대했지만 병원에서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고 잘못한 것이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했다"며 분통해 했다. 결국 예강이 가족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의 조정참여 거부로 무산됐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병원 측에서 조정 참여를 거부하면 조정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강이 가족은 딸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재 민사소송 중이다. '환자 안전에 대해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소송 중에 있는 사건이라 법정에서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인공호흡기 '이탈' 사건 = 2011년 4월4일 성은이는 휴대용 폐혈관확장제 약물이 떨어져 이동 중에 119에 요청해 경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성은이는 폐동맥고혈압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판정받고 치료 중이었다. 구급차로 이동중 성은이 질환 상태를 알리고 도착 직후 응급대처를 요청했다.

하지만 도착한 후 40여분 동안 폐확장 치료없이 맥박수가 분당 30회로 떨어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 후 인공호흡기가 이탈되는 사고가 생겨 또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 사고 이후 담당 교수 등으로부터 성은이가 '준뇌사'상태임을 전해 들었다. 의식불명 상태로 며칠을 보냈을까. 성은이의 산소공급장비 습도조절장치가 고장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터졌다. 이런 사고는 16일에도 반복됐다. 6월4일 인공호흡기로 피가 역류하는 것을 보고 성은이 부모는 딸을 떠나 보내기로 정한다.

사고가 있기 전 성은이는 2008년 5월 부산 좋은강안병원, 2010년7월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을 찾아 도착 즉시 안정적인 산소치료만 받고 몇 시간 후에 회복돼 당일 퇴원한 바 있었다. 성은이 부모는 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성은이에 대한 인공호흡기 수면치료에서 적절한 처치와 간호가 이뤄지지 못해 기관튜브가 이탈됐다고 보고 있다. 소아용 튜브는 고정가능하지 않아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병원측은 "지금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2011년 5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사망한 텔런트 박주아씨 역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관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의료사고 예방 체계 갖춰야 = 통상적으로 중환자실은 온전히 치료와 관리를 위해 보호자없이 의료진에 의해 운영된다. 그나마 보호자들이 환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은 오전,오후 하루에 단 두번 이뤄지는 30여분간의 짧은 면회 뿐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단 한번의 실수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환자가 병원에 맡겨져 있는 동안 환자를 어떻게 돌보는지, 치료를 하는지 알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검진, 투약, 시술 등 진료과정에서 의료진의 세심한 관리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오제세 의원(새정치연합, 충북청주흥덕갑)과 신경림 의원(새누리당, 비례)은 각각 환자안전에 관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병원 감염이나 잘못된 의역품 투약 등 위해 사건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 의료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안전을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고, 의료기관의 환자안전문화를 정착,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자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 환자안전전담 인력 등을 두도록 했다. 또한 의료인이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안전사고를 자율적으로 보고하면 경찰이나 해당 병원으로부터 어떠한 처벌이나 징계 등을 받지 않도록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자율보고된 환자 안전사고 정보를 분석해 예방가능한 대안을 만들고 이것을 의료인과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인력, 비용 등의 부담이 생기므로 의무감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법안은 병원 안에서 스스로 개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규제가 아니라 의료진 진료에도 도움되는 제도 도입이라는 큰 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내일신문]

Posted by 환자안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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