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ㅣ인터뷰] "정부가 환자안전에 손 놓고 있다"
2012.06.04 청년의사 김진구 기자
- 발표의 일부만 부각됐다. 원래 의도는?
이상일 : 안타깝다. 우선 짚고 넘어갈 부분은 언론에는 별도의 연구보고서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별도의 연구가 진행됐던 건 아니고 심포지엄 발표 자료의 일부일 뿐이었다. 핵심은 우리나라 환자안전 실태에 대한 어떤 종류의 연구나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의료사고 건수가 마치 의료과실 건수로 부풀려졌다.
의료오류를 대하는 방식이 ‘병원은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의료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면 의료기관들은 오류를 더 감추게 될 것이다. 오류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아니라 오류의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작은 오류들이 나타난다. 의료오류에 대한 보고체계를 갖추는 것은 더 큰 의료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현재는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의료오류 보고체계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법적 보호조치 등을 갖춰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울산의대 응급의학교실 ◀ 울산의대 응급의학교실 김진구 기자
-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적인 접근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이재호 : 관심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덴마크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국 국어사전에 ‘환자 안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나라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발표된 ‘To error is human’이라는 보고서에 충격을 받고 환자안전학회가 만들어져 바로 현황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2003년에는 ‘환자안전법’을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되는데 20년이 걸렸다. 책임소재를 묻기 위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이라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컨트롤타워는 누가 운용해야 할까.
이상일 : 일본의 경우 ‘일본의료안전전국공동행동’이라는 공동 대응팀이 있다. 의료질안전학회, 일본병원단체협의회, 일본의사회, 일본치과의사회, 일본간호사협회, 일본임상공학기사회 등 범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AHRQ(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라는 정부기구와 ‘PSO(patient safety organization)’라는 민-관 합동기구가 있다. 여기에는 JCI나 GE 등 여러 기관이나 단체, 심지어 기업까지 포함돼 있다. 일례로 GE는 병원들로부터 자사 기기를 쓰면서 발생하는 오류를 보고받고, 거기서 보고받는 사건을 분석해서 모든 GE제품의 오류를 한꺼번에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재호 : 의료계든 정부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사들은 본인과 관련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관심이 있다. 누가 주도를 하느냐는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민간에서 하기도 한다. 국가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있고, 민간기구가 실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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