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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법/가이드라인

탄원서

탄원서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항상 우리나라의 보건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 것 감사드립니다.

저도 지난 3년 2개월간 대구 수성보건소에서 소아암 차상위계층에 선정되어 저희 아들을 병원비의 부담에서 벗어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가 그렇게 고마운지 정말 한 가정을 살려주셨습니다.

 

지난 2007년 4월 16일 저희 아들 정종현은 당시 6세로 림프모구성백혈병을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진단받았고 이후 추후 검사를 통해 [좋은 예후군]으로 판명이 되어 거의 완치한다(90%이상)는 희망적인 말을 듣고 치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치료가 시작되고 저희 부부 중 한 사람은 일을 그만 두어야 했고, 바둑교실을 운영하던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집중치료는 힘들었고, 독한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점점 쇠약해지는 아이를 버티게 해준 것은 '웃음'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를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병원복도에서 숨바꼭질,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며 다른 환아들과 함께 놀아주었습니다.


아이는 자기 아픈 것에서 잠시 벗어나 '정말 재미있다 엄마, 또 놀자'는 말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의 힘든 과정이 끝나고(집중치료는 목숨만 겨우 붙여놓는 기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해 10월 4일부터 유지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종현이의 경우 84일이 한 사이클이고 총 12사이클로 된 일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 사이클을 시작할 때 마다 척수강내로 시타라빈이 투여되고 케모폴트(가슴에 중심혈관과 연결된 장치)로 빈크리스틴이라는 약이 투여되게 되었고, 그렇게 11사이클을 무사히 지나고, 마지막 사이클을 시작하는 날인 지난 5월 19일에 너무나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불행의 시작은 위의 두약을 한자리에서 놓는 병원의 방침 때문이었습니다.

빈크리스틴은 신경독이 있는 약으로 '일일초'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황산염입니다. 어른에게도 최대용량이 2cc로 제한되어있는 위험한 항암제이고 혈관주입시 약이 새는 경우에 조직이 괴사하는 무시무시한 약입니다.


이 약은 복약지도서에도 정맥주사로만 투여해야 하며 척수막강내로 주사시 대부분 사망한다고 기록되어 있고 잘못 주입되었을 경우 세척과정이 자세히 기술될 정도로 사고가 빈번하고 주의해야 하는 약재입니다.

 

그날 IV처치실에서 일어난 일을 말씀드리면 원칙은 시타라빈은 병동약국으로 오더가 나서 병에 담겨 올라와야하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척수주사를 주는 그 자리에서 주사기에 뽑아 줘야하지만 당시 주치의였던 레지던트1년차 조은미 선생은 시타라빈을 항암제제실에 오더를 내서 주사기에 뽑혀 올라왔던 상황이었습니다.


빈크리스틴은 원래 정맥주사를 주는 약이기 때문에 항암제제실에서 주사기에 뽑혀 올라왔습니다. 두 약이 모두 무색 투명한 액체로서 시타라빈은 3.5cc, 빈크리스틴은 1.46cc가 주사기에 담겨 있었습니다.

 

척수주사를 시행한 후 6시간 만에 두통을 호소할 때 까지는 원래 시타라빈의 부작용이 두통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진통제를 먹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도 아프고 고열이 동반되며 극심하고 격렬한 두통으로 통제가 안 되고 결국 마약성 진통제를 여러 번 맞고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부모에게는 뇌수막염이 의심되니 척수검사를 한번 더 하자고 했고 필요한 조치는 다 취해달라고 했습니다.


만 24시간 만에 소변기능을 상실하고 PICU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PICU로 옮기고도 극심한 두통으로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괜찮아, 지금은 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거야.'라면 다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PICU로 옮기고 2일 만에 의식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3일만에 인공호흡기를 꽂고 7일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마비는 소변기능이 상실된 후, 다리, 가슴, 팔, 손, 손가락 순으로 상행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가 위독할 때 아이의 아빠는 약이 바뀐 걸 의심했고 전문의 심예지 선생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봤지만 의사는 아무 대답도 못했습니다.


담당교수 이건수 교수에게 미리 면담을 요청했지만 저희를 만나고 갈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에 참석하여 결국 종현이를 보내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의 상실감이란... 장관님, 정말 아이가 힘들게 갔습니다. 엄마가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엄마를 계속 찾는, 9살 아이에게 엄마를 못 알아 볼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쏟아 붓듯이 넣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가슴엔 정말 구멍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주사를 너무 많이 맞아서 손목, 팔목의 핏줄은 다 터져있었고, 마지막에 찌를 때가 없어서 허벅지에 바늘을 6개를 꽂을 수 있는 장치도 달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도저히 부검할 수 없었습니다. 억울해도 그냥 엄마아빠니까 예쁘게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그 많은 약을 몸에 지닌 채 땅 속에서 썩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해서 훨훨 날아가게 해주고 싶어서 화장을 했습니다.

 

아이를 보낸 날 담당교수와 면담을 했고 약을 바꼈을 수도 있냐고 물었고 교수는 원래 들어가는 시타라빈의 부작용으로 몰아갔습니다. 저희 부모는 같은 주사를 이전에 11번을 맞아도 괜찮았고, 이런 문제가 나타날 거면 초기에 나타났어야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빈크리스틴이 척수로 잘못 들어간 경우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자료를 보름 뒤에 받고 저희는 종현이의 사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빈크리스틴의 복약지도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쉼터 선생님을 통해 작년에 대구가톨릭대학의 김민주(중1)라는 아이도 빈크리스틴을 잘못 맞아 종현이처럼 같은 경과를 보이며 7~8일만에 사망한 소식도 뒤늦게 듣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의학상담실을 통해 알게된 안산고대병원의 임도현(7세)도 작년 8월 21일 빈크리스틴을 잘못 맞아 같은 경과로 7~8일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국내 논문, 해외 논문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행하여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두 주사의 놓는 날을 다르게 하는 게 좋겠다는 방법이 제안되어 있었습니다.

 

경대병원에서는 절대 주사가 잘못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저희가 법적으로 대응을 준비하니 주사가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갖고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고 입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장관님,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치료를 다 받으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병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긴 치료를 다 받고 있습니다. 저희 종현이도 12사이클 중 마지막 12사이클만 넘겼다면 치료종결 판정을 받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위의 민주는 사후 전문간호사가 채용되어 빈크리스틴만 전문으로 놓고 보호자가 참관하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도현이는 병원에서 담당교수가 인정하여 진심된 사과와 합의금을 받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 합니다.

경대병원은 종현이 사건이후 시타라빈은 IV처치실에서 맞고, 빈크리스틴은 자기 자리에 와서 맞는다고 합니다.

 

저희 부모는 한결같이 바라는 것이 담당교수와 의료진의 진심된 사과였습니다. '당신들의 소중한 아이를 잃게 해서 미안하다. 고의가 아니었다. 종현이에게 그렇게 큰 고통을 주어 미안하다. 종현아 정말 미안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한마디를 들으려고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종현이를 보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종현이 앞에 누군가 이 두 주사를 같은 자리에서 놓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줬었다면...빈크리스틴은 수막강내로 들어가면 어떤 약도 없이 죽는 위험한 약입니다.


빈크리스틴과 시타라빈은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혈액종양파트에서 흔하게 시행되는 치료과정입니다. 종현이 한 개인만 해도 20번의 척수강내 주사를 맞았으니까요.


장관님, 모든 병원의 실태를 파악하시어 빈크리스틴과 시타라빈이 같은 자리에서 투여되지 않게 보건복지부에서 방침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종현이를 보내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꼭 방지책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종현이를 보내고 인터넷을 뒤지고, 백혈병환우회와 만나고 하면서 정말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발행하지만 대부분 이면 합의로 끝나고, 특히 집중치료기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부모는 사인도 모른 채 그냥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저희 부모의 경우 종현이가 워낙 건강했고, 마지막 치료였고 이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병원에 계속 찾아가게 되었고 병원의 입장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되어 소송을 통해 공론화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집한 논문과 자료는 첨부파일로 보내겠습니다.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막아주십시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 제도가 고쳐진다면, 그래서 뒤에 치료받는 이가 안전할 수 있다면 엄마로서 이것도 종현이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순서가 바뀌었지만...

 

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애써주시는 장관님, 가장 건강하셔야 될 분이십니다.

 

 

대구에서 정종현의 엄마 김영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