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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환자안전법, ‘쏘리웍스’를 담아야

 

[사설] 환자안전법, ‘쏘리웍스’를 담아야

2013.04.09 청년의사

 

 

4월 9일 공청회를 앞두고 환자단체들이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청원운동에 나섰다. 환자안전법은 백혈병을 앓다가 의료사고로 숨진 9살 종현군의 이름을 따 ‘종현이법’이라고도 불린다. 의료진이 정맥주사인 빈크리스틴과 척수강에 투약해야하는 시타라빈을 바꿔 주사한 것이 원인이었다.

 

종현군의 사망 이후 부모는 근 2년에 걸쳐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다행히 대한의사협회와 환자단체연합회의 공동노력으로 유가족과 병원 측은 합의에 이르렀다.

 

종현이 사건은 단순히 병원과 의료진을 ‘나쁘다’고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대형병원에서는 빈크리스틴 투약사고 말고도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복잡해진 의료 시스템 속에서 빈크리스틴은 수많은 ‘구멍’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수많은 ‘구멍’을 보고도 ‘의료진이 알아서 피하라’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고가 줄지 않는다. 사람이 실수하기 쉬운 의료시스템을 ‘문제가 잘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환자안전법은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간만에 의사단체와 환자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원만하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비중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다.

 

의사들은 전공의 ‘과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저년차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병실 당직을 담당하며 최소한의 수면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 있다. 밤샘 근무가 음주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러나 의사들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할 것이 아니라 ‘환자안전’ 차원에서 주장해야 한다. 반면 환자단체는 사고의 ‘공개’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달가울 리 없으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종현군의 어머니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용서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병원 측은 마지막까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제3자에 의한 고발’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나쁜 결과를 접한 환자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유감과 위로의 표현을 듣고 싶어 한다. 의사도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의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현하는 뜻의 ‘사과’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쏘리웍스(Sorry Works)라는 이름의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의료진이 법적 책임의 걱정 없이 언제든 유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아예 법제화한 주가 36개나 된다. 우리의 환자안전법도 이러한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

 

 

[출처: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