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언] 환자안전법, 의료인 각성부터
2013.05.22 경향신문 박종훈(고려대 의대 교수)
일명 ‘종현이법’이라고도 하는 환자안전법이 각종 관련 단체와 정치인들의 깊은 관심 속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르겠지만 취지는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료가 선진의료라고 추켜세우는 분들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늘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최첨단장비를 갖추고 어려운 수술을 해낼 수만 있으면 선진국일까? 물론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준이 선진국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의료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의료는 후진적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환자안전법 제정의 계기가 됐던 사건이 모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던 종현이라는 아이가 주사제 투여오류, 즉 정맥혈관에 투여해야 할 주사를 척추강에 주사하는 바람에 사망한 것이다. 해당 대학에서 투여오류로 인해 사망했다는 종현이 가족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주사제가 잘못 투약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의 오류를 시정하겠다는 것,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법으로 고쳐나가겠다는 것이 바로 환자안전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어느 정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통계가 없다. 또 일반인들은 각 병원별·의사별 의료사고를 포함한 의료 관련 자료를 전혀 볼 수가 없다. 아니, 사실은 그런 자료를 집계한 적조차 없다. 하지만 선진국 기준으로 봤을 때 최소한 교통사고 건수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대개 의료사고의 30% 정도는 불가항력적이고 70% 정도는 예방 가능한 사고라는 의견이 정설인데 노력만 한다면 70%의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하다가 현대의료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오히려 의료사고를 막자는 이러한 운동이 다소 뒤늦다는 감마저 있다.
하지만 현장의 의사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는데 이를테면 의료사고의 경우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해결될까’라는 점이다. 교통사고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교통 관련법이 취약해서일까? 사고는 문화로 개선해야지, 법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법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장치일 뿐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인의 각성 없이 법 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이 문제에 대한 의료인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듯하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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