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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경향] 김영희씨 “환자안전법 공청회 열리던 날 ‘또 한명 살리겠구나’ 희망 생겨”

김영희씨 “환자안전법 공청회 열리던 날 ‘또 한명 살리겠구나’ 희망 생겨”

2013.07.17 헬스경향 강인희 기자

 


ㆍ의료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종현이 어머니 김영희씨 인터뷰

 

‘바람을 멈출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풍차를 만들 수는 있다.
파도를 멈출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배의 돛을 조정할 수는 있다.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종현이 어머니 김영희 씨를 초청해 ‘환자가족에게 듣는 환자안전’에 대한 강의가 열렸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를 읊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술렁이던 강연장이 숙연해졌다.

 


 

◀종현이 엄마 김영희씨


“우리 종현이는 유난히 밝은 아이였죠.” 그녀가 종현이 얘기를 시작했다. 누구보다 밝고 예뻤던 아이가 어린 나이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치료성적이 좋은 백혈병 유형에 속해 항암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율이 높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녀. 사고가 일어났던 악몽 같은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김 씨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차분하던 목소리는 떨렸다.

 

종현이가 마지막 주사를 받고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 ‘단순 부작용이겠지’ 생각하고 괜찮아질 거라며 아이를 달랬던 그녀. 하지만 아이는 전에 없던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그 이후 다리부터 차츰차츰 마비가 진행됐고 결국 의식을 잃었다. 7일째 되던 날 새벽 종현이는 엄마 아빠와 영원히 이별했다.

 

3년 동안 마치 가족처럼 종현이의 건강에 신경 썼던 의료진의 투약오류로 종현이가 사망한 뒤 의료사고를 숨기기 위한 의료진의 태도에 그녀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의료진에게 원인을 묻고 진심어린 사과를 바랐지만 돌아오는 말은 ‘밝힐 수 있으면 밝혀보라’는 식의 잔인한 태도뿐이었다.

 

여러 단체와 주변의 도움으로 종현이가 떠난 지 2년3개월 만에 사망원인을 밝혀냈다. 정맥으로 투여돼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척수강 내로 투약된 의료사고였던 것이다. 이를 병원 측이 시인하고 종현이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사람의 잘못은 잊혀져도 되지만 잘못된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되잖아요.” 앞으로 제2·제3의 종현이처럼 실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의료기관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는데 앞장서겠다는 그녀는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환자안전법 1만명 제정청원으로 공청회가 열렸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는 종현이 엄마. “그 날은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이었던 날로 기억해요. ‘또 한 명 살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긴 날이었죠.”

 

공청회 다음 날 정헌재 박사를 만나 미국의 조시 킹 이야기를 전해 듣고 조시를 통해 존스홉킨스병원이 반성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치 조시와 종현이가 한 사람처럼 겹쳐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종현이 엄마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환자안전법이 의사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법이 아니라 의료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의료의 안전과 질 향상에 도움이 돼 의료진과 국민의식을 함께 변화시키는 좋은 법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헬스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