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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언론기사

[프레시안] 환자안전,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기획] 환자안전,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환자안전으로 가는 길, 점검해야 할 것은⑥ 근거중심 환자안전 좌담회

 

2013.07.26 프레시안 청년의사 곽성순 기자

 

 

환자안전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도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의료기관은 당연히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환자안전이란 화두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환자안전이란 명제의 부각은 부담이면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꼭 했어야 함에도 현실적인 이유로 시행하지 못했던 각종 방안들이 이번 논의를 통해 사회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정받을 경우, 정부 지원이나 수가 보조 등의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의료계와 환자 스스로가 환자안전과 관련해 점검하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근거중심 환자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에 청년의사는 환자안전연구회와 공동으로 ‘환자안전을 위해 점검해야 할 것들’을 6회에 걸쳐 진단한다.

 

 

 

 

사회자 ▲양광모 청년의사 신문 편집국장

패널 ▲석승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 실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천자혜 세브란스병원 QI실 부장

 

양광모 : 환자안전 관련 좌담회 시작에 앞서 우선 환자들이 생각하는 국내 환자안전 현황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안기종 : 이번 좌담회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국내 환자안전 현황에 대해 소개된 것도 없고 실태조사도 없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예전에는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사고 없이 병원을 퇴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약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보호자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양광모 : 최근 환자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그러나 환자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는 것 같다.

 

이상일 : 가장 큰 문제는 환자안전에 대한 국내 현황파악이 안됐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각국에서 환자안전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진행,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여러 일을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자료조차 없다. 그나마 외국자료를 통해 국내 수준을 짐작해보면 1년에 환자안전문제로 살릴 수 있음에도 사망하는 환자가 1만7,000명에 달한다. 적게 잡아도 연간 5,000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6,7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큰 수치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안전한 국가를 강조하고 있는데, 환자안전은 빠졌다. 정부가 환자안전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석승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 실장 ▶

 
석승한 : 환자안전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의료기관 내 체계와 정책적인 체계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은 변화들을 엿볼 수 있다. 안기종 대표 말대로 환자나 그 가족들이 의료진의 행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아짐은 물론이고 행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

 

의료기관평가인증 프로그램이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에 대해 생각하는 중요한 시발점 내지는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 변화가 더이상 탁상공론이 아니라 행동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양광모 :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사실 환자안전에 공헌한 바가 크지 않았나. 수술 시 체크리스트가 그나마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인증 요건 중 하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석승한 :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 수준이 과연 환자를 안전하게 볼 수 있는,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순간에 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변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은 분명히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의료기관인증 전후에 의료기관 내 심리, 행동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연구해봐야 한다. 인증받은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 사이에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주제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양광모 : 환자안전이 의료계 내에 정착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천자혜 세브란스병원 QI실 부장

천자혜 :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번째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문제해결, 조정하는 단계, 세번째는 예방차원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문화는 문제가 발생해 보고하면 질책하는 문화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의료기관에서 질 관리(QI)를 담당하는 인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것을 의료기관에 모두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수가 보전 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의료기관에서 현실적으로 환자안전에 대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광모 : 환자안전 기획 시리즈에서 다뤘던 수술 중 체크리스트와 번들의 경우 의료기관 의지만 있다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석승한 : 현실적으로 일단 일이 많아진다. 같은 업무를 해도 어떤 것은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체크리스트와 번들을 도입하면 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체크해야 한다. 일이 많아지면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렇다면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에 대한 인건비나 수가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기관의 노력과 의지, 리더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상일 : 국내 전체적인 의료수준을 높이기 위해 수가 반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수가 책정이 안돼서 체크리스트나 번들을 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제 생각에는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알고도 안하는 경우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빨리하는 것과 안전하게 하는 것의 가치가 충돌할 경우 알고도 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들을 생각해서 몰라서 못하는 경우와 알고도 안하는 경우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승한 : 중심정맥관 시술 번들의 경우 결국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인건비나 인력을 소모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자료가 국내에 없다. 또한 내부적으로 아무리 리더십이 있어도 현 의료기관 시스템에서 담당자가 ‘나는 이것까지 하기 어렵다’고 해버리면 진행하기 어렵다.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광모 : 환자안전 실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안기종 : 의료기관인증은 최소한의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어서 환자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들끼리는 환자안전병원 지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 인증제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환자단체 대표들에게 ‘QI’에 대해 물으면 뭔지 모른다. 용어도 모르고 의료기관에 이를 담당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있다고 얘기하면 ‘그런 것이 어디 있냐’고 반문한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 관련 노력을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이) 단절돼 있다.

 

가장 핵심은 질 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중소병원에는 질 관리 담당 인력이 없고, 큰 병원에는 서류 행정만 하기도 벅차다. 이러면 안된다. 현장에서 질 관리를 전담하는 사람이 있어 그들이 정보를 잘 수집해 정리, 보고해야지 그것을 가지고 환자안전 예방활동을 할 수 있다. 결국 인력이다.

 

또 하나 수가 등 재정적 지원보다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안전의 핵심은 질 관리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 관리가 의사나 질 관리학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환자안전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하면 의료기관에서 용납하고 격려해줬으면 한다.

 

석승한 : 안기종 대표의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핵심 가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발휘하기 위해서는 부수적 사안이 충족되고 최적화돼야 한다. 교육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인력, 재정지원, 정책지원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결국 한가지 문제라기보다는 하모니가 필요한 것이고 굉장히 많은 요소를 갖춰나가야 한다.

 

천자혜 : 안기종 대표가 질 관리를 위한 전담자가 있어야 하고 전담자는 어느 정도 전문화된 교육과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안기종 : 질 관리 전문인력이 있어서 그만큼 질 관리가 되고 환자안전이 확보되면 사고도 줄어 건강보험재정도 절약될 것 같다. 그러면 관련 데이터를 만들어 수가나 환자안전관리료 등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천자혜 : 그래서 보고 시스템이 중요한데, 지금은 보고를 하면 질책하는 문화라는 것이 문제다.

 

석승한 : 순진하게 생각하면 안기종 대표가 말한 것처럼 자료 다 모아서 환자안전활동 하기 전과 후 근거를 만들어 청구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그 자료를 공개했는데 다른 병원에서 가만히 있으면 공개한 병원만 문제가 있는 병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천자혜 : 그래서 환자안전을 문화라고 하는 것이다. 질책하지 않는 문화가 퍼져야 보고하는 문화가 되고 그 다음에 격려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 그래야 보고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국내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


 

◀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상일 : 의료기관 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겉으로 보고하라고 하면서 보고하면 문책한다. 과거에 비해 환자안전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자들에 대한 교육은 점점 늘어나 실무역량을 꽤 쌓였는데, 실무자들이 교육받고 와서 실제 일을 하려고 하면 교육받은 내용과 원장이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문화를 바꾸는데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층의 의지인데 실은 그런 분들은 교육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환자안전과 관련해 보고를 잘하는 부서 등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이 인센티브가 ‘잘못한 부서나 사람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지 알려주는 고마운 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한 인센티브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광모 : 정부가 환자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려고 해도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투입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자.

 

이상일 : 조금 어려운 문제다. 환자안전 전담부서나 전담자를 둔 의료기관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능하다면 아마도 의료기관인증 요건을 강화하고 인증받은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 사이에 종별가산 등으로 차등을 둔다면 그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병원에서 전담자 몇명 뒀으니까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는 국내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이기 때문에 번들 등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면 의료기관들의 도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승한 : 두 가지 방법론에 동의한다. 인증 받은 기관에 대한 종별가산과 관련해서 얘기 하면 인증 받은 기관의 경우 리더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바뀐다.

 

이상일 : 문제는 대다수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환자안전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된 후 환자안전문제로 발생한 진료비는 지불하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료기관에 입원하기 전 요로감염이 없었는데 병원에 입원해서 발생하면 관련된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센티브를 얘기 하고 있는데 거꾸로 패널티를 주는 방식이다. 그 제도 도입 후 평가를 보면 진료비 절약효과는 크지 않지만 병원들이 환자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내의 경우 행위별 수가제 맹점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지 않다.

 

석승한 : 지불제도 개편은 예민한 부분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항상 미국과 국내의 지불제도나 원가관리시스템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패널티 얘기가 나오면 의료계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안기종 : 어찌됐던 질 관리 전담인력을 확보해 의료계에서 적극적인 환자안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답답한 것은 의료계에서 이것을 원한다고 얘기를 못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국고에서 질 관리 전담인력이 없는 의료기관에서 전담인력을 채용하면 3년간 한시적으로 급료의 50%를 지원하고 3년 후 독립하게 하는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래야 바뀐다.

 

양광모 : 환자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환자안전법 제정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부분으로 논의를 좀 확장해보자.

 

안기종 : 오제세 의원 등 환자안전법에 관심있는 의원이 여러 명 있다. 그동안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입장이 정리가 됐다. 정리 후 각 의원실과 보건복지부에 환자안전법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 환자안전법을 만든다면 세계 최고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안전법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타협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NO’하는 법을 만들 생각은 없다. 의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반쪽짜리 법밖에 안된다.

 

천자혜 :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환자안전 관련 보고를 한 후 어떻게 보호받을 것인가다. 보고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의료기관의 우려를 감안해 달라.

 

안기종 : 미국 등 외국 사례를 보면 환자안전법이 대부분 면책에 관한 것이다. 실망한 측면이 있다. 국내 상황에 맞는 환자안전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 법에 환자안전활동을 하는 환자단체 등을 지원하는 근거를 넣어야 한다. 그 다음 국가에서 환자안전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책무 등을 명시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했을 때 재정 지원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일 : 환자안전법에 관해 안기종 대표 말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하나 동의하기 어려운 점은 ‘천천히 하자’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하는데 23년 걸렸다. 환자안전법도 천천히 하면 50년 쯤 걸릴 수 있다.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다. 적게 잡아도 1년에 살릴 수 있는 환자 5,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천천히 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실제 정부가 환자안전을 위해 나서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법적 근거가 없어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얘기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 졸속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환자안전에 ‘진실 말하기(disclosure)’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러 내용이 담긴 초안을 만들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천자혜 : 진실말하기와 관련해서 얘기하면 환자상태가 예상치 못하게 나빠지면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싶어도 폭행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의료기관은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기관이고 의료진은 그 환자 외 다른 수십, 수백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향후 환자안전법을 논의할 때 의료진을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기종 : 의료계에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폭행했을 때 가중처벌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환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예민하게 반응한다. 왜냐면 현재도 폭행과 협박은 조금만 과하면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화났을 때 액션을 크게 취하면 폭행, 욕이 심했을 때 협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잘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천자혜 : 처벌도 중요하지만 당장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그런 문제가 생기면 즉각 경찰이 투입돼 저지하고 격리한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에서는 나도 중요하지만 다른 환자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양광모 : 환자안전법에 대해서는 보고체계에 대한 것만 아니라 의료인 폭행까지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직 누구나 합의할 정도의 ‘안’은 없는 듯하다. 이제 마무리 발언 부탁한다.

 

천자혜 : 질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실제 수행한 후 점검하고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안기종 대표 말대로 관리할 수 있는 질 관리 부서와 전담인력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인력이나 정책적인 수가 보전이 돼야 한다. 이렇게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한다고 하면 격려해줘야 한다. 또한 환자안전을 잘 관리하면 경영적인 부분들도 좋아진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법적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일 : 정부가 환자안전과 관련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하는데 그림 자체를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그나마 다행은 작년 말에 보건의료안전관리대책협의회를 만들고 자문위원회를 발족해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인데, 향후 환자안전 문제를 어떻게 풀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계의 경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자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몇몇 의료기관 위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인데, 의료계 전체가 환자안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환자 스스로와 관련된 부분인데 환자책임이라는 표현보다는 환자참여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환자참여가 환자안전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 확대돼야 한다.

 

안기종 : 2013년도에 안전행정부에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공모사업을 했는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서 ‘웃는 환자 안전한 병원 캠페인’을 공모해 큰 예산을 받게 됐다. 여러 자문위원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본인 확인, 손씻기, 낙상방지 등을 위한 활동을 하기로 했다. 기대감이 있다. 환자와 환자가족이 의료기관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도 환자안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100% 공감한다.

 

석승한 : 좌담회에 참석하기 전 인증원에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나왔다. 인증원이 향후 해야 할 역할 중 하나가 의료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사소한 환자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보고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 안에는 익명성 보장과 면책조항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2015년 시작하는 2주기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환자안전과 관련한 부분을 화두로 어느 정도 내용과 범위로 그 기준을 만들 것인가가 큰 고민이다. 복지부 입장에서도 정책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도 많고 환자단체에서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향후 이뤄지는 모든 인증과 관련한 기준 마련을 포함해 인증 받은 병원이 정말 환자들이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문화적 기틀을 마련하고 정착하는데 인증원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양광모 : 환자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얘기 하듯 환자안전이 문화로 정착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늘 좌담회 참석에 감사드린다.

 

 

[출처: 청년의사]